2014년 12월 30일 화요일

최치원, 고선지, 흑치상지


  

최치원



  최치원, 고선지, 흑치상지 이 세사람이 공통점은 뭘까?  
  각각 신라, 고구려, 백제 출신으로 당나라에 가서 높은 벼슬에 오르고 성공했다는 것이다. 머나먼 이국 땅에까지 가서 성공했기에 우리는 이들을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한 사례로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있다. 

아베노 나카마로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당나라때 중국에 가서 성공한 선조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나라와 비교적 교류가 적었던 일본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아베노 나카마로(阿倍仲麻呂)’라는 사람이다. 그는 일본에서 당나라로 유학해서 공부했는데 학문이 뛰어나 당나라 현종의 황자와도 교분이 두터웠고 당나라 문인들과도 폭넓게 교제했다. 한 일화에 의하면 그가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했을 때 배가 난파되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당나라의 대시인 이백이 ‘아베를 곡한다’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아마 이백과도 상당한 교분이 있었던 듯하다. 다행히 아베는 살아남아 당나라로 귀환하여 '조형(晁衡)'이라는 이름으로 당 조정에서 '비서감(秘書監)'이라는 고위벼슬에 오르고 안남도호부(安南都護府)의 장관까지 지냈다. 물론 일본인들도 이 사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아니다. 토번(지금의 티벳)이나 거란, 돌궐, 심지어 중앙아시아나 이란에도 당나라에서 출세한 사람들이 있다. 이쯤 되면 정말 대단한 것은 신라가 아니라 당나라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다양한 출신지를 가진 인재들이 모두 당나라를 위해 일했으니 말이다.

  남의 나라에 가서 성공한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신화는 요즘도 사그러 들줄 모른다. 미국에서 세계은행 총재로 취임한 김용 총재도 한때 대단한 화제가 되었고, 올랑드 대통령이 임명한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중소기업 디지털 장관도 남의 나라에서 성공한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DNA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이 두 케이스에서 정말 대단한 것이 우리 민족일까? 그 우수한 인재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가를 생각해보면 대답은 자명하다. 정말 대단한 것은 사실 그 우수한 인재들을 자기 나라에서 성공하게 만든 미국과 프랑스인 것이다.
  그러니 이제 영국에서, 미국에서 출세한 우리민족에 대한 자랑은 조금 자제해보자. 오히려 언젠가 우리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주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때가 온다면 그때가 아마 '대한민국'의 국격을 자랑할 수 있는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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